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발맞춰, 글로벌 파운드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한국, 대만은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지로 부상하며, 각 나라의 기술적 역량, 생산 인프라, 그리고 미래 전략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세 국가의 AI 파운드리 시장을 기술적 진보와 산업적 특성을 중심으로 심층 비교 분석하고,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경쟁 구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 봅니다.
미국: 설계 강국에서 생산 자립을 향한 재도약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이자, 세계적인 팹리스(Fabless) 기업들을 다수 보유한 국가입니다. 엔비디아(NVIDIA), AMD, 인텔(Intel), 구글(Google) 등 혁신적인 AI 칩 설계 기업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자체 파운드리인 인텔 외에도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와 같은 수탁 생산 전문 기업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과거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강력한 설계 및 지적재산(IP) 생태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상대적으로 파운드리 생산 능력에 대한 투자는 미흡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AI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HIPS and Science Act’를 통해 인텔, TSMC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의 미국 내 생산 시설 설립에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첨단 AI 칩의 안정적인 국내 생산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텔은 20A, 18A와 같은 차세대 미세 공정 기술 도입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외부 고객사 유치를 위해 개방형 파운드리(Open Foundry) 모델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전략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AI 칩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계-생산-첨단 패키징을 통합하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파운드리 생산량은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첨단 공정의 수율 안정화 및 대량 생산 능력 확보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의 AI 파운드리 시장은 점진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첨단 공정 기술력과 IDM+파운드리 전략의 조화
한국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고성능 파운드리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및 AI 칩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5nm, 3nm 등 최첨단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뛰어난 기술 리더십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3nm 공정은 AI 연산 과정에서의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고성능 컴퓨팅(HPC), 생성형 AI, 자율주행 시스템 등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비를 요구하는 차세대 AI 칩 시장에서 핵심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퀄컴(Qualcomm), 구글(Google), 테슬라(Tesla)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AI 칩 수탁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설계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력을 융합한 ‘IDM+파운드리’ 모델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소 팹리스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EDA 툴, 설계 인프라, 테스트 베드 제공 등을 통해 팹리스 기업들의 파운드리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혁신적인 AI 칩 개발을 위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파주, 평택 등 국내 주요 거점에 AI 특화 공정 라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첨단 공정에서의 초기 수율 안정화 문제나,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한 맞춤형 대응 능력에서 TSMC에 비해 다소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기술 혁신 속도와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정부의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만: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첨단 기술의 선두 주자
대만은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중심으로 글로벌 AI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약 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Apple), 엔비디아(NVIDIA), AMD 등 글로벌 AI 칩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고객사들의 핵심 생산 파트너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TSMC의 가장 큰 강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안정적인 고수율 생산 능력,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한 뛰어난 맞춤형 대응 능력, 그리고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의 첨단 공정 전환 능력입니다. 이미 5nm 및 3nm 공정에서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차세대 2nm 공정 또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다양한 공정 플랫폼 제공, 풍부한 IP 라이브러리 확보, 그리고 고객사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TSMC는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도 CoWoS(Chip-on-Wafer-on-Substrate), SoIC(System-on-Integrated-Chips) 등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AI 칩의 통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칩렛 기반의 고성능 AI 시스템 설계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 덕분에 생성형 AI, 데이터센터용 AI 칩, 엣지 AI 디바이스 등 빠르게 성장하는 다양한 AI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파운드리 파트너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첨단 산업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만은 명실상부한 AI 시대의 ‘반도체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한국, 대만은 각기 고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강력한 설계 생태계를 기반으로 생산 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공정 기술력과 IDM+파운드리 모델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산 능력과 첨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단순한 공정 기술의 우위를 넘어, 수율 안정성, 첨단 패키징 기술력, 그리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능력 등 종합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파운드리 시장 진출 또는 협력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각 국가별 특성과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신중한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